맥락·기억 활용과 감독 지침 새로 정리…현행 모델은 아직 개정 기준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해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오픈AI가 10월 29일 모델의 바람직한 행동 기준을 설명하는 공개 문서 ‘Model Spec’을 개정했다. 개정판은 지침을 인간 의도에 대한 충실성, 위해 최소화, 정직과 투명성, 인간의 주도권, 배려라는 다섯 가치로 재구성했다. 새 모델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모델이 따라야 할 행동 원칙과 판단 기준을 손본 것이다. OpenAI는 모델이 더 복잡하고 중요한 행동을 맡게 될수록 사용자의 문장을 그대로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의도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판은 기존 원칙을 새로 만들었다기보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원칙을 가치 중심으로 설명하고, 맥락·감독·사용자 주도권에 관한 지침을 보강했다. 안전 경계와 조정 가능한 기본값도 구분해, Model Spec의 모든 항목이 같은 방식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정리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기본 응답 방식에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과, 안전 경계나 상위 지침까지 임의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첫 번째 가치인 ‘인간 의도에 대한 충실성’은 지시를 글자 그대로 실행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이루려는지 이해하는 데 무게를 둔다. 새 ‘맥락을 신중히 고려’ 절은 이전 대화나 기억에서 관련 있는 선호를 활용하되, 그 근거를 사용자가 알아보고 고칠 수 있게 하도록 안내한다. 반대로 과거 정보가 현재 요청과 무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맥락을 과도하게 끌어오지 않도록 했다.개정판은 정당한 인간의 감독과 수정에 협력하고 사람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최상위 규칙으로 명시했다. 점검·평가·수정·대체·중단 지시에 협조해야 하며, 관련 정보를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감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에도 합의된 범위를 넘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행동을 다른 경로로 우회해 실행하지 않도록 규정했다.나머지 세 가치도 모델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다. 위해 최소화는 예상 가능한 결과와 안전 경계를 고려하게 하고, 정직과 투명성은 모델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실제로 한 행동을 분명히 알리도록 요구한다. 인간의 주도권은 사용자가 이해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둔다. 배려는 결과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상황과 사회·전문 규범을 고려하도록 설명한다.문서의 표현 방식도 달라졌다. 오픈AI는 세부적인 말투·성격 지침 대부분을 걷어내고 언어와 문화, 개인의 선호에 맞춰 응답 스타일을 조정하도록 했다. 질문에 객관적으로 답하는 기본 원칙 등은 남겼다. 또 문서에서 모델을 가리키던 ‘assistant’를 ‘GPT’로 바꿨다. 오픈AI는 모델의 활용 범위가 대화형 제품을 넘어 넓어지는 흐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개정 문서가 곧 실제 모델의 성능이나 안전성이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 오픈AI는 현재 모델이 새 Model Spec을 아직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원칙을 학습시키는 새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로이터와 일본 ITmedia도 29일 개정 사실과 다섯 가치, 맥락·감독 지침 보강을 보도했다. 두 보도는 발표 내용을 확인하지만, 새 원칙이 실제 모델 행동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독립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아니다.한국에서는 AI 기본법이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 중이다. 법 제31조는 고영향 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서비스에 대해 이용자 사전 고지와 생성형 AI 결과물 표시를 규정하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 음향·이미지·영상에는 AI 생성 사실을 명확히 알리도록 한다. 이는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국내 법적 투명성 의무로, 오픈AI가 자사 모델의 목표 행동을 설명하는 Model Spec과는 성격이 다르다.이번 개정의 의미는 새로운 원칙의 선언뿐 아니라 모델이 맥락을 어떻게 사용하고, 사람의 감독·중단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공개 문서에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데 있다. 다만 문서는 목표 행동을 제시하는 기준이다. 실제 변화 여부를 판단하려면 공개된 원칙과 서비스에서 관찰되는 행동, 평가 결과가 지속적으로 맞아가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